나의 이야기

신 근 희

“엄마는 화가가 아니고 미대를 졸업한 사람이야” 스물세 살인 아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했던 말이다.

대학졸업전시 이후 전시를 한 적이 없으니 맞는 말이었다. 남편도 아닌 아이에게 그런 말을 듣는 게 꽤 충격이었다. 애들 더 키운 다음에, 좀 더 여유가 생긴 다음에 하며 미룬 미술이라는 창작작업. 언제나 나를 기다려 줄줄 알았다. 그러다….

2015년 8월 혈액암진단을 받았다. 절망스럽고 모든 게 끝난 것 같았는데 위기는 기회가 되었다. 사느라 바빴던 나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민화라는 것을 경험했다.

자유롭고 유쾌한 휴머니즘을 느꼈다. 규칙과 규범에 어울리는 게 어려웠던 내게 날개처럼 느껴졌다. 전통민화를 재현하지는 않지만 내 작업의 모토는 민화라고 말할 수 있다.

동양화를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그렸지만 언제부턴가 회의감과 싫증이 일어났다.

한국사람이니까 한국화를 그려야 한다는 십 대 시절의 애국심 비슷한 무언가에서 선택한 전공이었지만…. 어느 날 마흔이 훌쩍 넘은 시기에 나의 조상이 중국에서 넘어온 성씨라는 걸 알게 되었다. 우습지만 그때부터 다시 화선지와 붓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대학시절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은 조선시대의 그림이 그냥 싫었었다. 그런데 내가 중국과 한국의 짬뽕핏줄이라는 사실에서 자유함을 느끼게 될 줄이야.

삼 년 전부터 멋대로? 그리는 민화가 재밌어서 이것저것 그려보다가 요즘은 내가 좋아하는 여러 종류의 원단을 순지에 배접해서 가위나 칼로 오려가며 꼴라쥬기법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 시장에 많이 나와 있는 그림들보다 새로운 걸 하자는 게 내 생각이다.

벽에 걸어 두고 싶은, 보는 사람이 미소 짓게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

  #1  
  내가 좋아하는  

이제 내가 좋아하는 찾은 같다.

원단을 바탕에 배접하고 여러 원단을 순지에 배접 해서 만든 원단 지를 오리고 자른다.

내가 생각하는 의도대로 결과물이 나와서 즐거운 작업이다.

밀가루풀과 수성본드를 섞어 단단히 붙인다.

수정하고 싶으면 미지근한 물붓으로 살살 달랜 떼면 된다.

한동안 작업방식을 같다.

어게인ㅎㅎ
72.7×60.6cm, 비단과 리넨 순지 꼴라쥬, 2023

2024년은 갑진년 청룡의 해라고 한다.

자존감 높은 청룡을 표현하려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분홍바탕 위에 청보라색리넨천을 순지에 배접 하여,

칼로 자르고 가위로 오려서 붙였다.

좋아하는 색동비단을 모자로 사용했다.

청풍명월제천에서
72.7×60.6cm, 리넨과 순지 꼴라쥬, 2023

어른이 되어 사생대회는 처음이었다.

현장에서 즉석으로 리넨천을 오려 딱풀과 밀가루풀로 붙이며 작업을 했다.

시간 반동안 덥고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사실나는꽃이아니라사람이오
145.5×97cm, 비단천위에 사진, 한복 등, 2023

여자이기 전에 사람인 엄마들.

결혼을 해서 육아를 하다 보면 취향보단 아이들의 취향으로 모든 하게 된다.

바탕의 뽀로로는 아이들이 먼저인 엄마의 마음이다.

처녀 적엔 설거지를 많이 하지 않았다.

고무장갑은 주부가 나의 손을 의미한다.

한복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옷이기에 작품에 자주사용한다.

OMG
72.7×60.6cm, 리넨과 비단 순지 꼴라쥬, 2023

뉴진스를 좋아한다.

그녀들의 노래를 들으며 작업을 하면 피곤한 모른다.

패브릭 위에 비단을 배접한 바탕.

요즘 내가 주로 하고 있는 순지와 원단을 배접한 종이를 오려서,

춤추고 있는 토끼를 표현하였다.

하입보이
72.7×60.6cm, 리넨과 비단 순지 꼴라쥬, 2023

좋아하는 가수 뉴진스의 노래를 들으며 작업을 하면 힘든 모르고 하게 된다.

가수 뒤에 백댄서가 있듯 춤추는 감성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아줌마가 되기 아주 오래전부터 좋아해 꽃무늬.

리넨천을 바탕으로 을묘년의 주인공 흑토끼가 하입보이를 부르며 춤추는 모습을 표현했다.

흑토끼부부
145.5×97.0cm, 리넨과 비단 순지 꼴라쥬, 2023

내 그림이 판소리 공연의 무대배경이 되었었다.
장소 : 평촌아트홀

조선시대의 흑토끼부부가

하늘님의 은혜로 대한민국에 환생하게 되었고,

고궁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밌게 표현하고 싶어서 작업했다.

재료는 모두 패브릭이다.

ㅎ ㅎ
34.8×24.2cm, 리넨과 비단 순지 꼴라쥬, 2023

ㅎ ㅎ
34.8×24.2cm, 리넨과 비단 순지 꼴라쥬, 2023

2023년은 검은 토끼의 을묘년이라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무늬원단 위에 유쾌한 흑토끼를 표현했다.

야구모자와 한복을 개인적으로 좋아해서 함께 표현했다.

저고리동정 밑과 모자 부분에 금박을 해봤는데 어렵긴 했다.

  #2  
  다시 일어서는  

오랜 벗과 같은 존재. 그건 작업이었다.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몰랐던 녀석.

마음이, 몸이 아프면 나를 위로해 주던….

그렇게 그 녀석과 재회하고 나는 다시 일어섰다.

나는간다
53.0×40.9cm, 코튼지에 수채, 안채물감, 2016

항암을 하고 있을 당시 에바알머슨 작품에 많은 위로를 받았었다.

알머슨 작품에 영감을 받아 빡빡머리인 나를 그려 넣었다.

도라지꽃
45.5×33.4cm, 코튼지위에 수채,안채물감, 2012

예전에 그렸던 도라지꽃 그림을 비단액자로 리폼해 봤다.

아이들 교정에 피어있던 꽃이었는데,

소박하고 정겨운 이미지가 색동비단과 어울리는 듯하다.

우리여기있어요
45.5×33.4cm, 코튼지위에 색연필, 안채물감, 2016

길을 가다가 민들레가족.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우리들 모습 같았다.

민들레꽃은 때마다 나를 어린 시절로 데려간다.

어머니가 무쳐주셨던 민들레나물도 씁쓸하니 맛이 좋았더랬다.

풀꽃
45.5×37.9cm, 코튼지위에 수채물감, 2012

땅을 보며 걷는 좋아한다.

꽃은 민들레는 아니었는데 경복궁 뜰에서 보았던 꽃이다.

화려하게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강인하고 멋있어 보였다.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살아가고픈 마음과 비슷해 보인다.

잘될거야
60.6×45.5cm, 코튼지위에 안채물감, 2017

나는 그린 블루계열을 좋아한다.

어린 왕자는 외로워 보였다.

그래서 상상으로 여자친구를 그려주었다.

어린 왕자가 행복해 보여서 만족한다.

풀숲에는 진드기가 없다고,

당연히 없다고 작가인 내가 명령했다.^^

네가좋아
53.0×45.5cm, 코튼지에 안채,수채물감, 2022

르느와르의 two sisters 오마주 했다.

그림을 그렸을 당시도 항암으로 피로하고 힘들었는데,

나를 웃게 패딩턴을 그려 보았다.

힘들고  괴로울 좋은 영화를 보거나 행복한 음악을 들으면 치유가 된다.

그림 속의 주인공처럼 웃으며 살고싶다.

  #3  
  새로운 실험  

새로운 그러면서 재밌는 작업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원단들이 보였다.

알록달록 원단들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결과물이 나왔다.

만족스러웠다.

굿!
34.8×27.3cm, 패브릭 프레임과 연필소묘, 2023

연필소묘로 그린 어느 모델의 얼굴을 여러 가지 원단프레임으로 꾸몄다.

프레임이 달라질 때마다 표정이 달라 보인다.

굿잡! 잘했어! 이런 응원의 말을 하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원단은 선물포장용 스카프를 사용했다.

굿!
34.8×27.3cm, 패브릭 프레임과 연필소묘, 2023

굿!
34.8×27.3cm, 패브릭 프레임과 연필소묘, 2023

굿!
34.8×27.3cm, 패브릭 프레임과 연필소묘, 2023

연필소묘로 그린 어느 모델의 얼굴을 여러 가지 원단프레임으로 꾸몄다.

프레임이 달라질 때마다 표정이 달라 보인다.

굿잡! 잘했어! 이런 응원의 말을 하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원단은 선물포장용 스카프를 사용했다.

수줍은 진주낭
27.3×27.3cm, 원단위에 분채, 물감, 2022

영친왕비 이방자여사의 진주낭을 내방식으로 표현해 봤다.

광목천 위에 무늬원단으로 주머니모양을 재단해서 분채물감으로 진주를 채색했다.

완성을 하고 보니 시집가는 새색시의 얼굴이 보였다.

그래서수줍은 진주낭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설레는 진주낭
27.3×27.3cm, 원단위에 분채, 물감, 2022

나는나 진주낭
27.3×27.3cm, 원단위에 분채, 물감, 2022

ㅋㅋㅋ 진주낭
27.3×27.3cm, 원단위에 분채, 물감, 2022

영친왕비 이방자여사의 진주낭을 내방식으로 표현해 봤다.

광목천 위에 무늬원단으로 주머니모양을 재단해서 분채물감으로 진주를 채색했다.

완성을 하고 보니 시집가는 새색시의 얼굴이 보였다.

그래서수줍은 진주낭이라고 제목을 붙였다.

  #4  
  신과 나  

나에게 신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기에 다시 움직일 있었고, 다시 있었다.

신은 나에게 생명과 함께 강아지풀 같은 소박한 감성도 부어주셨다.

우리는평안하고
33.4×21.2cm, 순지에 분채, 물감, 2022

우리는평안하고
33.4×21.2cm, 순지에 분채, 물감, 2022

연꽃은 불교의 상징과도 같지만 크리스천인 나는 연꽃이 정말 좋다.

진흙 속에서 자라 우아한 자태의 꽃을 피우는 것도 아름답고,

우산처럼 커다란 연잎도 너무 매력적이다.

진주는 조개의 눈물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보석으로써 사랑한다.

그림의 진주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영혼을 의미한다.

연꽃은 힘겨운 세상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십자가의 이야기
116.8×80.3cm, 원단위에꼴라쥬, 2023

수천 전에 예수님이 달려 죽으신 십자가.

신자들은 각자의 인생에 힘든 것들을 십자가라 말하기도 한다.

겉으론 모든 완벽하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도 각각의 십자가가 있다고 말한다.

나의 십자가는 무엇일까? 그게 무엇이더라도 그것으로 인해 절망하고 싶지 않다.

해피엔딩의 애니메이션처럼 당당하게 마주하고 싶다.

십자가의 노래
116.8×80.3cm, 원단위에 꼴라쥬, 2023

십자가는 예수님이 죽으신 살벌한 처형도구이지만,

한편으론 신자들의 새생명이기도 하다.

그를 믿는 자들의 죄를 대신해서 죽으신 십자가.

신자들에게 십자가는 고통이자 기쁨이다.

어린양 되신 주님을 찬양하는 새노래이다.

기도의 사람들
33.4×24.2cm, 코튼지위에 수채물감, 2023

어릴 적부터 작은 기도들의 응답을 많이 받았었다.

어른이 되면서 순수했던 그때의 간절한 기도를 하지 못하고 살지만,

언제나 그분의 응답이 있다는 믿는다.

계단 끝엔 그곳이 있을 같다.

Artist

신 근 희 | Shin keun hee

대구예술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졸업
안양일요화가회

2024
7회 이원생중계전 – 아트상상_라메르갤러리
4 청년작가공모전 입선 갤러리한옥
월간민화 세화전 동덕아트갤러리

2023
안양일요화가회 회원전 갤러리미담
청풍명월 전국사생대회 입선
나혜석 미술대전 입선 수원시립만석전시관
장수미술대전 입선 장수미술관
경기여성기예경진대회 수필부문 입선
민화아트페어 개인전 참여 서울무역전시장
6회 이원생중계전 – 아트상상_라메르갤러리
월간민화 세화전 우수상 동덕아트갤러리

2022
안양일요화가회 회원전 갤러리미담
수신재 회원전 경인미술관 
민화아트페어희희낙락회원전 서울무역전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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