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SICK
B. CUT 갤러리 기획 초대
KHO YOONSUK
The 8th Solo Exhibition
MOON SICK
B. CUT 갤러리 기획 초대
KHO YOONSUK
The 8th Solo Exhibition
2018. 9. 5 (수) — 10. 2 (화)
작가와의 대화
9. 12(수)|07:00 p.m.
관람시간
월 ~ 토|11:00 a.m. – 06:00 p.m.
수요일 |02:00 p.m. – 06:00 p.m.
(일요일, 공휴일, 추석연휴 22~25 휴무)
B. CUT
비컷 갤러리
서울시 서대문구 연희로 11라길 1F
Open Hour
월-토 11:00-18:00
(수 14:00-18:00)
준비는 된 걸까
누군가 보고 있을까
위험한 일을 하자
태어날 때부터 똑같은 병이구나
위험한 일을 하자
달이 보고있지만
– 星野 原 <Moon Sick> 중에서 –
MOON SICK
득의망상 得意忘象
(뜻을 얻었으면 상을 버려라)
9월 B.CUT 비컷 갤러리 展은 고윤숙 작가의 개인전으로 감상자들과 만납니다. 작가에게 작 업을 한다는 것은 미지에 대한 탐험이고 전시는 그 과정에서 배운 결과물을 매체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라 생 각합니다. 그래서 2014 년 9 월 첫 전시를 시작으로 마흔아홉 번째 전시를 진행해 오면서 많은 즐거움이 있었 지만 작가가 공부한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 점에서 서양화가이면서 각종 서예 대전에서 수상한 서예가이기도 한 고윤숙 작가의 질문을 던지는 작업은 보다 역동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9월 을 만들어주리라 봅니다.
展은 기존의 완결된 목적성을 갖춘 전시와는 달리 서양화와 서예를 동시에 작업하고 있는 작 가의 고민과 방향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전시입니다. 캔버스에 서예 붓의 운동성을 접목시켜 다양한 재 료로 각 매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결합하고, 혹은 와해하면서 부단하게 새로운 곳으로 향하고 있는 그의 작 업은 방향성에 있어서는 동양의 미학에 더 많이 기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작가가 메모해 둔 글을 보면 작업의 방향성이 분명히 보입니다. 그중에서 동양화 화론인 <익주명화록>에서 발췌한 글을 살펴보겠습 니다. “작업을 하면서 잣대에 맞게 그리려고 하는 것을 졸렬히 여기고, 채색에 몰두하는 것을 비루하게 여긴 다. 필획은 간략하지만 형을 갖추고 있으니, 이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은 예상을 초월한 것이어 서 모방하여 본뜰 수 없다. 이를 평하여 이르길 일격(逸格)이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삶을 관조하며 ‘무엇’으 로부터 해방인지를 되묻고, 활달한 생명으로서 작업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는 불학(佛學)과도 무관하지 않음 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성과 태도가 작가의 고민을 덜어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서양화 와 서예가 만나는 작업은 매체의 특이성을 구별하는 것도 있지만 한번도 가본 적 없고 누구도 간 적 없는 미 지로 향하는 탐험이자 도전이기 때문에 무수한 질문을 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득의망상(得意忘象, 뜻을 얻었으면 상을 버려라)은 작가가 아직 닿지 못한, 지향하는 미지의 그곳일 것입니다.
나라는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 삶이라면 작가는 작업을 통해 질문하고 해석하여 삶 으로 드러내는 것이 작업하는 이유라고 합니다. 이러한 작가의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는 지난 일여 년간 매 주 서예를 배우면서 보았기에 개인적으로는 전시를 통한 배움 외에 이미 많은 것을 고윤숙이라는 사람을 통 해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인연으로 전시까지 이어지는 귀한 선물까지 주었으니 작가는 작업의 이유를 착실히 실천하고 있는 셈입니다. 작업을 하면서 가지는 질문에 대한 답을 여전히 찾지 못했고 어쩌면 찾을 수 없다 해도 스스로의 삶이 바뀌고 주변을 바꿀 수 있다면 그의 작업은 이미 빛나고 있기에 작가의 삶과 유리된 작업은 줄 수 없는, 작가를 만나는 순간을 감상자 역시 가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 B. CUT 갤러리 큐레이터 이혜진 –
與友人遊雲溪寺 (여우인유운계사)
野外同淸賞 來尋鶴洞幽 (야외동청상 내심학동유)
雙崖開遠峽 一水瀉中流 (쌍애개원협 일수사중류)
石登雲生屐 松廊露濕裘 (석등운생극 송랑로습구)
更期蓮社會 高興又宜秋 (갱기연사회 고흥우의추)
– 우계 성혼의 시 <친구와 함께 운계사에 노닐다>
야외의 좋은 경치 함께 하려고
청학동 그윽한 골짜기 찾아 왔네
양 언덕 사이로 길게 이어진 골짜기
한 물줄기가 그 사이로 흘러 내리네
돌길을 오르나니 발아래 구름이 일고
소나무 숲길이라 이슬이 옷자락 적시네
언제 다시 만나 좋은 모임 가질까
높은 흥취 이루기엔 가을이 마땅하겠네
山行一溪水 曲折方屢渡
積城之靑鶴洞在紺岳山, 洞口有一溪回互曲折, 余嘗訪詩僧於雲溪寺, 匹馬一囊, 窮源討幽, 方渡一溪十二, 然後至其麓, 後讀社詩‘山行一溪水 曲折方屢渡’, 正與曩日所見無異, 風簷展書, 如對靑鶴, 然不知劉須溪何人也, 以一字, 爲可笑, 何耶? 愚竊疑心下一字, 然後於下句屢渡字, 尤有味也.
적성(지금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일대)의 청학동은 감악산에 있다. 동구에 하나의 계곡이 있는데 꼬불꼬불 굽이진다. 내가 일찍이 운계사로 시승을 방문했는데, 필마에 주머니 하나 차고 물길을 거슬러 그윽한 곳을 찾아갔다. 바야흐로 한 계곡을 열두 번 건넌 연후에야 그 산기슭에 이르렀다. 이후 두보의 시 가운데 “산으로 가는데 하나의 계곡물이, 굽이져 바야흐로 여러 번 건넜네”라는 구절을 읽으니, 마침 지난날 보았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바람 부는 처마에서 책을 펼치니 마치 청학을 마주한 것 같았다. 그러나 유수계(유진옹)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하겠으나, ‘일’자를 가소롭다고 여긴 것은 어째서인가? 내가 적이 의심컨대 반드시 ‘일’자를 쓴 연후에야 아랫구의 ‘누도’자가 더욱 맛이 있다.
– 남효온, <추강집 권7> 잡저 추강냉화 6칙
春夜喜雨(춘야희우) – 杜甫(두보)
好雨知時節 (호우지시절)
當春乃發生 (당춘내발생)
隨風潛入夜 (수풍잠입야)*
潤物細無聲 (윤물세무성)*
野徑雲俱黑 (야경운구흑)
江船火燭明 (강선화촉명)
曉看紅濕處 (효간홍습처)*
花重錦官城 (화중금관성)*
–
봄밤의 단비 – 두보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내리네.
바람 따라 몰래 밤에 들어와
소리 없이 촉촉히 만물을 적시네.
들길은 구름이 낮게 깔려 어둡고
강 위에 뜬 배는 불빛만 비치네.
새벽에 붉게 젖은 곳을 보니
금관성에 꽃들이 활짝 피었네.
Artist
고 윤 숙 / KOH, YOON-SUK
향산(香山), 산목재(散木齋)
선화예술고등학교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유학과 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