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의 글
자개장에서 찾아낸, ‘새로운 민화’로 가는 길
월간<민화>발행인, 한국민화학회 이사 유 정 서
어떤 대상을 놀라울 만큼 흡사하게 그리는 것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로는 ‘물방울 화가’로 더 널리 알려진 원로 서양화가 김창열을 첫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후에 많은 평자評者들에 의해 새롭게 부여된 의 미는 차치하고라도 착시 현상을 교묘하게 이용, 물감으로 빚어낸 영롱한 물방울은 그 자체로 세계 화단에 충 격을 던질 만큼 놀랍고 창의적인 시도였다.
대단히 외람된 비교가 될지 모르지만, 온갖 조개 무늬가 박힌 자개장을 진짜처럼 그려낸 이미영 작가의 그림 들은 나에게 김창열의 그 물방울들을 떠오르게 한다.
내가 이미영 작가의 그림을 처음 본 것은 지난해 열린 제2회 대한민국민화아트페어에서였다. 그의 부스를 지 나치는데, 뜻밖에 자개장의 문짝이 부스 벽에 떡 하니 걸려있는 것이었다. 묵직한 질감도 그랬지만, 놋쇠 장석 까지 정교하게 달린 그 물건은 틀림없는 자개장롱의 문짝이었다. 민화 페어에 웬 자개장? 하는 생각으로 가까 이 다가서 살펴보곤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건 장롱문짝이 아니라 그림이었던 것이다. 그제야 그 옆 에 걸려있는 작은 작품들도 모두 자개장의 일부를 진짜처럼 흡사하게 그려낸 그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놀라움 다음에는 의문이 밀려왔다. 도대체 그는 무슨 생각으로 ‘민화’라는 이름으로 자개장의 한 부분을 이 렇게 똑같이 재현해 낸 것일까? 대상을 흡사하게 그려내는 것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 작업일 수 있을까? 이러 한 물음에 대한 해답은 작가 스스로 명명한 “또 다른 십장생”이라는 작품의 이름이자 전시의 주제에서 그 단 서를 찾을 수 있다.
그는 민화의 화목 중 가장 일반적이다 못해 어쩌면 진부하기까지 한 ‘십장생도十長生圖’를 새롭게 해석하고 되살리는 가장 유효한 통로로 자개장을 주목하지 않았을까? 이를테면 그가 추구하는 ‘십장생 변주(變奏)’를 위한 최고의 악기로 선택한 소재가 바로 자개로 빚어낸 십장생이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민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길상의 그림’, ‘염원의 그림’이라고 할 때, 이런 가치들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 러내는 그림의 하나가 십장생도이다. 그리고 이 그림을 우리 생활에 가장 살갑게 다가서게 한 기물이 바로 자 개장이다. 자개장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민화 그 자체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의 선택은 지혜로울 뿐더러 탁월하기까지 하다.
part
1
The present
part | 1 |
The present
part
2
Once upon a time
part | 2 |
Once upon a time
Artist
이 미 영 | Lee Miyoung
성신여대 일반대학원 조소과 졸업
성신여대 미술대학 조소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