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색으로 시작하는 여정》전을 축하하며
결실의 계절이 깊어갑니다. 전 세계적으로 인류가 직면한 어려움 속에서도 계절이 바뀌고, 과실이 익듯 우리도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일상을 살아갑니다. 맡은 자리에서 제 몫을 하다 보면 이 위기도 곧 지나가겠지요. 민화계의 《색으로 시작하는 여정》전 소식이 반갑습니다.
민화는 그 시작부터 체면 차리기 바빴던 문인화와 달리 근대적인 요소를 지녔습니다. 비록 근대적인 전시 공간은 아니지만 지전에 걸어 놓고 전시되었을 뿐 아니라 상거래를 목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수양이나 문기의 분출 등의 용도로 선비들이 선호했던 문인화와 대조되는 대목입니다. 그렇게 거래되었던 민화는 대중의 일반적인 소망을 담았고, 다양한 의례에 사용되었습니다. 민화가 당시 잡화 또는 속화라는 명칭이 암시하듯 문인화에 비해 천한 그림으로 여겨졌음에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선조들의 삶을 파고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러한 생활 속 필수품적인 특징에서 기인합니다.
현대 작가들의 손에서 탄생하는 현대민화는 과거 전통민화와는 조금 차이를 보입니다. 더 이상 의례에 사용하거나 대중이 민화 속 물상에 담긴 의미를 공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점은 작가의 꾸준한 증가 추세입니다. 1970년대 후반 민화 실기 강좌가 시작된 이래 수많은 작가들이 이를 통해 탄생했고, 현재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가 수의 증가는 민화가 대중화와 세계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전체 민화 인구가 많아야 그중에서 괄목할만한 성장 가능성도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홍은미 작가는 그중에서도 전통을 감각적으로 재현하는 실력 면에서 크게 인정을 받아 2019년 제5회 대한민국민화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현재 민화 화단에서 재현민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창작민화로 작가가 대거 이동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지만 창작민화의 기본은 깊이 있는 재현 능력입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 민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와 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작가의 정체성 형성에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홍은미 작가는 원작에 대한 끈질긴 연구와 시도를 통해 완성도 높은 재현 능력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앞으로 펼쳐낼 창작민화에 있어 탄탄한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특히 같은 재현민화를 그리면서도 세밀한 필치와 대담한 색 조절을 통해 작가만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전시를 준비하기까지 그 모든 무게감을 이기고, 온 힘을 다했을 홍은미 작가에게 민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큰 박수와 성원을 보냅니다. 이 어려운 시기, 홍은미 작가의 《색으로 시작하는 여정》전이 민화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이 전시를 찾는 모든 이들에게 그 안에 담긴 풍성한 긍정의 힘을 선사해 주길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조선민화박물관 · 한국민화뮤지엄
관장 오 석 환
Artist
홍 은 미 / HONG, EUN MI
한국미술문화총협회 회원
민수회 회원, 진흥협회 회원, 소소회 회원
홍익대 예술창작과정 동양화 민화전공
홍익대 예술창작과정 동양화 채색화전공
경희대 교육대학원 관화/민화 실기교육 전문가 과정이수
홍은미 민화 아뜰리에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