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ext MEME in Insadong
밈(MEME)은 유전적 언어로 문화나 지식이 유전자처럼 복제, 전파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는 문화의 트렌드 및 현상을 통칭하기도 합니다. 이번 갤러리라메르의 기획 단체전 “The Next MEME in Insadong” 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여 ‘문화 유전자’라는 주제로 인사동의 문화 유전자를 이어받은 젊은 작가들의 현대미술의 오늘과 내일을 소개하는 일종의 ‘밈’ 을 보여주고자 기획되었습니다. 국내 미술의 중심지인 인사동의 정통성을 이어받을 ‘밈’의 첫 번째 작가들로 권혜승, 김지혜, 문선영, 선민정, 정혜련, 지민선 작가가 선정되었으며 동양화, 민화를 그리는 작가들로 구성하였습니다.
권혜승 작가는 숲과 식물을 주제로 생명의 탄생과 지속, 자연의 순환적 질서를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입니다. 식물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는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여 자연에서 나오는 생명의 에너지가 작가의 붓을 빌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영속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지혜 작가는 2018년 갤러리라메르 신진작가에 당선된 작가로서 화선지에 먹을 사용하여 가장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을 사용합니다. 어떠한 형태를 보여주기 보다 대상이 가지고 있는 혹은 작가 내면에 있는 빛과 어둠의 경계를 고찰하여 표현하였습니다.
문선영 작가는 민화가 가지고 있는 화려한 색감의 베갯모 시리즈를 통하여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 작가로서 무엇보다 흔히 아는 민화가 아닌 위트가 있는 기발한 발상과 디테일로 관람객으로 하여금 보는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갤러리라메르의 2020년 신진 작가에 당선된 선민정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 관계를 보여주는 ‘기호의 숲’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기체의 성장과 소멸의 과정을 숲과 식물을 차용하여 표현하였습니다.
정혜련 작가는 밝은 채색을 통해 ‘행복한 세상’을 담아내는 작가입니다. 주전자, 인형, 장난감, 꽃등 흔히 볼 수 있는 아기자기한 소재들과 야광 효과라는 독특한 기법을 통해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소소한 재미와 휴식을 줄 수 있도록 의도된 작품입니다.
지민선 작가는 전통적 민화를 작가만의 해석으로 재치 있게 풀어냅니다. 삶의 기본 자세를 보여주는 ‘효제 문자도’에서는 그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한 획을 하트로 그린다거나 수호신을 상징하는 뜻으로 배트맨 이미지를 빌려오는 등 민화를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새로운 접근 방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6인 6색의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갤러리라메르의 “The Next MEME in Insadong”전은 젊은 작가다운 재기 발랄함과 인사동의 문화 유전자를 이어받은 그 깊이와 무게감 사이에서 국내 현대 미술의 다음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문 선 영
나의 작업은 옛 것으로부터 다가 온다.
베갯모는 나의 작업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옛 것의 향수와 유년시절의 기억에서 유래한 베갯모시리즈에 집중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여염집 아낙들은 비단실로 모란꽃을 피우며 부귀영화와 장생을 기원하는 마음을 삼라만상을 빌어서 한땀한땀 수를 놓았으리라.
비단에 곱게 놓은 수를 베갯모로 쓰면서 가족의 건강과 평안을 기도했으리라.
21세기를 사는 나는 그녀들의 손끝에서 핀 아름다운 규방공예와 고유한 우리의 색을 사랑한다.
보길도는 나의 고향이다.
유년의 기억 속의 엄마의 고된 삶과 철썩철썩고향바다는 나의 감수성의 근원이다.
바다를 향한 끝없는 그리움을 간직한 소녀는 결혼을 하였고 지금은 두 사내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어미가 되고서야, 세상의 모든 엄마, 그녀들의 간절한 염원을 몸소 느끼기 시작했다.
옛 우리의 어머니들이 한땀 한땀 수를 놓으며 꿈속에서라도 꽃길을 걷기를 바랬던 애뜻한 마음을 나는 지금 화폭에 담는 작업으로표현하고 있다.
그 대상이 나의 아이일 수도 있고 그림을 보는 관객일 수도 있다.
삶을 살면서 꽃길만 걷는 게 얼마나 힘든일이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간절히 바라는 일인지…
나 역시 그런 삶을 원하지만 그건 살아봐야 하는 일 아니겠는가!
삶을 다살고 난 끝머리쯤에 나는 꽃길을 걸으며 마음 편히 후회없이 살았는지.
또 누군가에게 내가 꽃길이 되어주고 길잡이가 되어 주었는지 고민해 볼 것이다..
큰 바램은 없다.
이 순간 내 아이들과 행복하게 사는거고 누군가에게는 힘을 주는 그런사람이 되고 싶다.
Artist
문곡 문 선 영 / MOON, SUN YOUNG
한국 민화 진흥협회 평생교육위원장
한국 민화협회 회원
한국 미술협회 회원
민수회 회원
민화 전업작가회 회원
지 민 선
민화 화폭에 그려진 도상들은 특정 뜻을 지닌 상징성이 있어서 글을 쓰듯 화재를 구성하여 읽는 그림이라 말하기도 한다.
모란꽃을 그리면 부귀영화를 뜻하고 연꽃은 다산을 의미해서 옛 여인들의 옷감에 수 놓이기도 했으며 연꽃과 함께 그려지는 도상에 따라 새롭게 읽혀져 의미하는 바가 달라지기도 한다.
A와 B가 합해지면 특정 의미를 갖게 되는 독특한 공식의 그림인 것이다. 나는 이런 공식이 흥미롭다.
공식에 충실한 민화는 의미 전달이 용이하다. 그러나 도상의 형태가 국한되어 모사로 오인받아 회화적 작품성을 인정 받지 못 할 수 있는것이 단점이다. 독특한 공식이 매력이지만 그 매력이 독이 되는 현상이 다른 무언가를 찾게 되는 결핍에 빠지게 한다. 이러한 결핍속에서 조형되어진 기형적 공식이 나만의 표현이 된다.
원형의 민화를 분해하거나 새로 조합해서 비밀스런 의미를 풀어내서 조형하는 것이 민화를 그리는 나의 놀이이다.
이 놀이를 위해 호랑이의 뒤에서 그 눈을 빌어 엉뚱한 상상들을 표현하는 것이 나만의 공식이 됐다. 원형의 민화가 지닌 의미를 나의 해석으로 표현하기위해 관념적 조형이 아닌 직관적 시각을 즐긴다.
도상의 의미를 알고 있어야 읽어내는 것이 아닌, 마음에 떠오르는 의미가 통할 수 있는 민화.
마음이 보고 붓이 가는데로 펼쳐 놓는것이 나의 민화적 공식이다.
나는 민화를 그린다. 지금의 눈으로 읽어 낼 수 있는 민화를 그리는 것이 나의 소명이길 바란다.
효제문자도
효제문자도가 갖는 기본 도상을 탈피하여 용호도를 바탕으로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재설정 해본다.
효제문자도가 의미하는 바를 마음에 새겨 인간적 삶의 기본 자세를 가져야한다는 개념을 표현하기 위해 글자 중 한 획을 하트로 그렸다.
호랑이는 땅을 의미하고 용은 하늘을 의미하니 하늘과 땅 사이에 살아가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삶의 자세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하트는 사람의 마음을 비유한 것으로 문자도가 의미하는 바를 가슴에 새기길 바래본다.
–
효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
Hyo
“taking good care of one’s parents.”
–
제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
Je
“taking good care of one’s siblings.”
–
충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Chung
“taking good care of one’s country.”
–
신
믿음을 지키는 마음
Sin
“taking good care of one’s faith.”
–
예
예의를 갖추는 마음
Ye
“taking good care of one’s etiquette.”
–
의
정의로운 마음
Ui
“taking care of one’s justice.”
–
염
절제하는 마음
Yeom
“taking good care of one’s self-control.”
–
치
부끄러운 행동을 경계하는 마음
Chi
“taking care of one’s sense of shame.”
배트맨 | Batman
책가도를 바라보는 호랑이의 시각이다. 박쥐는 보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는다. 흡혈귀의 대명사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던 것이 배트맨의 등장으로 조금은 친숙하게 된 것 같다. 배트맨의 마크는 어두운 밤하늘에 밝은 조명으로 띄워지며 구조요청의 신호로 사용되는데 수호신을 부르는 의식처럼 느껴진다. 배트맨의 마크는 단순한 박쥐가 아닌 SOS의 의미를 지니게 된 것이다. 민화에서 표현되는 박쥐는 오복을 뜻하는 것으로 장식문양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평안한 삶을 기원하는 박쥐 문양이나 안전함을 요청하는 배트맨 마크는 같은 작용을 이끌어 내는 것이라 보여진다.
원더우먼 | Wonder Woman
봉황도를 바라보는 시각을 표현하였다. 봉황도는 상상의 새로 태평성대를 의미한다. 이 상상의 새를 바라보는 호랑이의 눈에는 일반 새처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봉황은 좋은 의미를 내포하지만 처음 보거나 의미를 배우지 않았다면 화려한 새일 뿐이다. 새를 표현한 마크로 원더우먼이 떠올랐는데, 원더우먼은 악을 물리치고 평화를 수호하는 강한 여성으로 그녀의 마크는 하늘을 나는 새처럼 거칠 것이 없는 자유로움으로 나에게 각인된듯하다. 원더우먼 그림은 의미의 내포 보다는 직관적 시각의 표현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