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당 송기성 개인전 원주아리랑에 부쳐
문학박사/겸재정선미술관 관장
김용권
금당 송기성 민화 작가는 세종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 연구소 연구과정을 마친 후, 원주를 기반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여 주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전통미술대전’ 대상 수상을 비롯한 전국규모 민화공모전에서 큰상을 여러 차례 수상함으로써 그의 작품 제작 능력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또한 그는 원주 시민문화센터와 원주 역사박물관에서 민화 강좌를 개설, 성공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그의 지도력 역시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몇 해 전, 그는 원주 동화리에서 발견된 15세기 중반에 조성된 ‘노회신(盧懷愼, 41세 사망) 묘(2009년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건설 사업 도중 발견)’ 속의 사신도(四神圖) 벽화를 민화기법으로 되살려 민화의 세계를 한층 넓혀 놓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른바 조선전기의 ‘노회신 묘’의 사신도는 앞서 발견된 여러 무덤벽화의 장엄하고 귀기(鬼氣) 흐르는 사신도와는 전혀 다른 귀엽고 익살스러운 것이 하나의 큰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그는 이와 같은 600년간 침묵했던 ‘노회신 묘’의 사신도를 수년간의 자료수집 끝에 거의 완벽하게 민화기법으로 되살려 미술사적, 민화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또한 그는 전통적으로 유명한 원주의 옻칠공예와 민화기법을 성공적으로 접목하여, 옻 고유의 광택과 민화의 특성을 절묘하게 조화시킨 독창적인 작품들을 탄생 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리고 그는 원주 지역 실생활에 사용된 전통적인 소품과 생활도구들을 민화기법으로 그려내 선보였는데, 이 역시 전통과 현대를 적절히 접목, 융합한 성공적인 전시회로 평가 받고 있다. 이렇게 송기성 작가는 원주를 중심으로 쉼 없는 특별한 작품 활동과 차별되는 제자양성을 함으로써 모두가 인정하는 일급민화 작가 대열에 우뚝 서게 되었다.
그런 그가 9월 25일부터 10월 1일까지 인사동 ‘이즈 갤러리’에서 ‘원주 아리랑’ 테마로 더욱 격 높은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28점의 작품은 원주 치악산 전설의 주인공이자 원주시의 시조(市鳥)인 꿩(치雉) 을 창작민화로 그려낸 것들이다. 이에 우선적으로 주목되는 키워드는, ‘원주 아리랑’과 ‘꿩’이라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송기성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한반도 중부에 우뚝 솟은 원주의 동악 명산인 치악산 전설의 주인공이면서 원주시의 시조인 꿩을, 어찌 보면 답답하게 느껴지는 민화의 틀로부터 넓은 초원으로 불러 내 보려고 하였다.(작업노트)
원주 아리랑! 정선지역에서는 ‘아라리’, 태백에서는 ‘아라레이’라고 불리던 것과는 달리 원주와 횡성지역에서는 아리랑을 ‘어리랑’으로 불리어왔다. 어떻든 아리랑은 우리 민족에게 정선아리랑,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 등의 민요로 널리 알려져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정체성, 상징물 등과 삶의 모든 것들을 대변하는 명칭으로도 사용되어 왔다. 이에 원주에서는 이미 ‘아리랑’ 명칭아래 축제, 뮤지컬, 음악회, 전시회 등을 개최하여 보다 깊은 소통과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기회로 삼고 있다.
송기성 작가 역시 이와 같은 취지와 관점으로 ‘원주 아리랑’ 명칭을 붙여 개인전을 열게 된 것이다. 일찍이 그는 ‘원주 아리랑’ 명칭 아래 원주의 정체성이라 할 수 있는 모든 상징물들을 민화기법으로 그려 내어 소개하는 계획을 세워놓았다.이른바 그는 ‘원주 아리랑’ 테마아래 원주 고유의 아름다움과 원주 지역의 상징인 꿩(기품, 지혜, 인내력, 발전), 장미(끈기, 인내심, 지혜, 기품, 용기), 은행나무(영원한 전진, 화합과 단결), 원주의 유적지 등을 민화기법으로 작업해 차례대로 개인전을 열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런 계획의 시작으로, 그는 원주시의 시조이자 치악산 상원사 전설의 꿩〔한 젊은이가 한양에 가기위해 치악산을 넘던 중 구렁이로부터 위험에 처한 꿩을 구해주고, 그 꿩은 다시 선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으로 종(鍾)을 울려 은혜를 갚았다는 내용〕을 제재로 의미 있는 개인전을 열 예정인 것이다. 물론 원주에서는 이미 꿩 설화를 모티브로 한 책 발간, 뮤지컬, 축제, 음악회, 타악 퍼포먼스와 춤, 소리, 전통 타악 연희극 등으로 펼쳐지고 있기에, 어쩌면 그의 이번 개인전은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민화분야의 관점에서 보면, 민화가 상징하는 ‘상생’을 말할 때 치악산 꿩 설화가 상징하는 보은(報恩), 해원(解怨), 상생(相生)의 정서와 아주 잘 맞아 떨어져 탁월한 제재 선택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나아가 송기성 작가에 의해 발휘된 ‘꿩 설화 시리즈’의 조형특징은, 일반적인 민화기법과는 사뭇 다른 이색적인 시각적 모양을 띠고 있어서 매우 신선하고 인상적이다. 바꿔 말해 그의 이번 개인전 작품에 발휘된 기법은 민화기법의 또 다른 방향을 개척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말하자면, 그의 모든 화폭 안에는 한두 마리 꿩부터 여러 마리의 암수의 꿩과 새끼 꿩 등을 화려하게 등장시켜 충분한 시각적 볼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는 분명 그가 깊게 계획했던 것으로, 제재의 틀뿐만 아니라 민화의 조형기법의 틀까지도 깨고자 하는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화면 공간구성부터 매우 파격적이다. 조감법, 삼원법 등 시점을 아주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으며, 주인공인 꿩을 화면 곳곳에 자유롭게 배치시켜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다. 선묘 역시 기하학적인 선과 자유로운 곡선 그리고 반타원형 등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으며, 오방색을 찬란하게 채색했으나 어딘지 모르게 수채화적인 멋, 소박한 멋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송기성 작가는 제재뿐 아니라 공간구성, 기법, 색채 등의 조형기법도 일반 민화기법에서 일정정도 일탈, 민화의 폭을 한층 넓혀 놓았다.
이상과 같이 송기성 작가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이번 개인전을 준비, 개최하고 있다. 그는 원주의 무형자산인 ‘꿩 설화’를 통해 원주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설화에 담긴 교훈을 널리 알리고자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개인전은 그의 바람처럼 원주의 전통을 상기시키고 자긍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며 민화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혀 놓은 성공적인 전시라 할 수 있겠다. 특히 그의 붓끝에 나온 이색적인 조형언어는 순수한 사랑 이야기처럼 티가 없어서 눈길을 자주 끄는 매력적인 작품들로 평가할 수 있겠다. 끝으로 송기성 작가는 약속한 바대로, 원주 고유의 아름다움과 원주 지역의 상징인 장미, 은행나무, 원주의 유적지 등을 모델로 한 작품들을 계속 생산해 주길 바라며, 그가 사유하며 바라본 그와 같은 따뜻한 작품들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