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전통의 바탕 위에 창작 민화의 풍성한 화풍 만들어 가기를…

지산 김상철

분주했던 한 해를 마감하는 세밑의 길목에서 지산회 회원들의 땀과 열정, 그리고 날로 원숙해가는 솜씨가 담긴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합니다.

민화의 진흥과 민화인구의 저변확대라는 민화인 모두의 염원을 기치로 지산회를 창립해 이끌어 온 지도 어느새 몇년이 흘렀습니다. 아쉬운 점도 없지 않지만 날로 성장하고 확장되어가는 민화계의 모습을 함께 지켜보는 기쁨과 보람이 훨씬 컸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민화는 전통시대에는 온 나라를 풍미했던 문인화의 기세에 밀려 제대로 그림으로 대접받지 못했고, 민화가 많이 보급된 현대에 이르러서도 민화에 대한 인식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까닭이 있을 수 있지만, 그 논란의 한 가운데는 ‘민화는 옛 것을 그대로 모사하는 재현그림’이라는 의식이 깔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옛 작품의 모사는 전통시대의 화가들이 흠모하는 대가의 작품에 대한 분석을 통해 기량을 숙련시켜가는 훌륭한 방법이자 그 자체가 고도의 숙련을 필요로 하는 기능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예술의 길에서는 재탕삼탕의 기교가 창의력 보다 위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예술에는 무엇보다 작가의 창의력과 개성이 살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지산회는 탄탄한 전통의 바탕 위에 작가 고유의 창의력과 개성이 살아있는 현대의 민화를 추구해왔습니다. 실제로 우리 회원들 중에는 재현민화의 오랜 연마 기간을 거친 분들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바로 이러한 바탕위에 우리 민화의 독특한 정신과 소재를 오늘에 되살려 창작민화의 풍성한 화풍을 만들어 내고자 합니다.

이제 지산회가 추구하는 이러한 정신이 담긴 그 세 번 째 결실을 펼쳐보이려고 합니다. 거듭 말씀드리 듯이 옛 그림의 재현도 중요하지만, 오늘에 재창조되는 아름다운 우리 회화의 전통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 또한 아름답습니다. 회원들의 그러한 노력에 크나큰 격려와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전시를 위해 최선을 다한 훌륭한 작품을 출품해 주신 회원들과 전시회 준비를 위해 애써주신 여러 손길들, 그리고 지산회의 세 번째 전시를 진심으로 축하해 주신 많은 분들께 거듭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지산회의 끊임없는 정전과 발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