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지 은

김 지 연

김 혜 비

박 경 묵

신 재 호

권 지 은

김 지 연

김 혜 비

박 경 묵

신 재 호

2018. 3. 24 (토) — 4. 7 (토)

11:00 am – 05:00 pm

itta space
잇다 스페이스

인천시 중구 참외전로 172-41번지
(경동 58번지)

 

봄을 짓다 ().

싸리재 골목-80년 세월을 담다

인천 동구의 배다리 사거리 평범한 찻길을 비켜가는 작은 골목길. 여기에 인천 중구 싸리재길 사이에 페인트로 써내려간 ‘동양서림’이라는 글자가 지나온 세월을 짐작케 하는 낡은 벽돌 건물이 있다. 현 ‘잇다스페이스‘다. 1930년에 지어진 근대건물로 소금창고, 사우나, 동양서림이라는 이름의 책방으로 8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뎠다. 동양서림 이후 한동안 15년 이상 비워진 이곳은 6.25 전쟁 중에 폭격을 피해 살아남았던 곳으로 서까래와 대들보가 굳건히 받치고 있다. 구멍 뚫린 양철지붕과 서로 다른 색과 금가고 이어붙인 벽돌, 벽체는 온 몸으로 겪은 전쟁을 말해주는 듯 했다. 6M에 달하는 천정과 벽체의 뜬 공간 사이로 겨울에는 바람이 들고, 여름에는 열기가 오가는 세월의 흔적은 빛발한 태극기가 증명하듯 걸려있다.

공간을 통해 우리 일상에서 그냥 스쳐 지나갈수 있는 모든 것들의 소중함을 생각하고,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찿아 시공간의 공간을 관객분들께 선물 할수 있는 전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잇다스페이스

권 지 은

 

“두껍아, 두껍아, 헌 집다오. 새 집줄게.”

과거는 이미 지나갔다. 그러나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2018년 봄, 과거의 기억들과 사랑의 추억들이 마침내 잠에서 깨어난다.
– 작가노트 중에서

본인에게 현실이란, 어린 시절 꿈꾸던 환상과는 달리 공포스럽고, 불안한 곳이다. 따라서 작품 창작 과정에서 현실의 불안과 공포를 직접 대면함과 동시에 그로부터 벗어난 환상의 공간-얼룩말로 이루어진-을 창조한다. 그러나 작품 속의 비현실적인 공간은, 불안과 공포를 직면하면서도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이중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환상의 공간이 역설적인 상황을 그리고 있다고 하여 결코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의 개념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지극히 경험적이며, 현실적인 것들에서 모티브를 얻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전시될 작품들의 일부는 오랜 시간을 꿋꿋이 버텨온 싸리재 골목에서 모티브를 얻어, 지난 간 것들의 기억과 흔적을 찾는 작업으로 진행하였다. 과거의 기억과 흔적들은 작품 속에서 얼룩과 구겨진 자국 등으로 표현된다. 그러나 그것들은 과거에만 머물러 퇴색되는 것이 아니라 곱고 아름다운 색으로 다시 한번 재탄생한다.
또한 무술년을 맞아 ‘개犬’의 형상을 등장 시켰는데, 본인이 기존에 추구하던 형태-대상의 일부만을 표현하는 형태-로 표현하였다. 이는 본인의 늙은 반려견에서 모티브를 얻었는데, 사랑하는 존재의 늙음을 슬퍼하고 거기에만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추억을 회상하고 작업으로 승화시켜 작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바라보다-念 #2, 26×18cm, 장지에 혼합재료, 2018

바라보다-念 #3, 19×24cm, 장지에 혼합재료, 2018

Another day, 65×53cm, 장지에 혼합재료, 2018

Artist

권 지 은 /  Kwon ji eun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전공 박사과정 재학

2014
갤러리 Palais de seoul 신진작가 공모 – 권지은 개인전 ‘Phobia'(갤러리 Palais de seoul)

2018
예술정신교류전(Korea Dailly Art Center, LA)

2017
‘無’그룹 전(Gallery K&P, New York)
대한민국 미술대전 수상전(고양꽃전시관, 일산)
청년작가초대전 (비발디아트하우스, 경기도)
경계를 넘어(한벽원미술관, 삼청동)
3인전 ‘way to Spring'(갤러리 이즈, 인사동) 외 다수

김 지 연

 

육체, 기억, 영혼의 정의

작품의 중심이 되는 12지신은 육체를 표현한 소재로써, 12지신 안에 육체, 기억, 영혼을 함께 재구성하여 표현하였다.

각 동물의 몸은 박제되어 있는 나뭇결로 표현함으로써 살아있지만 죽어있고 죽어있지만 살아있는 형상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동물의 몸에 박혀있는 단청 모양의 기둥은 나의 유년시절의 기억들을 표현한 것으로 기억이 육체에 박혀있는 모습으로 나타내었다.

마지막으로 동물들의 육체 중에 유일하게 살아있는 부분인 초록눈을 통해 영혼은 소멸되지 않고 영원히 살아있음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돌연변이12지신 작업은 자신의 종교와 가족 공동체 안에서 강요당해온 종교의 다름에서 오는 작가 본인의 자아정립의 시발점이자 근본이 되는 작업이다.

돌연변이 십이지신-묘, 장지에 혼합재료, 38.5×45.7cm, 2014

돌연변이 십이지신-사, 장지에 혼합재료, 61×72.7cm, 2014

돌연변이 십이지신-신, 장지에 혼합재료, 90.5×45cm, 2014

Artist

김 지 연 (가득) / Kim ji yeon

경희대학교 한국화과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과 중퇴

2017
삶의 파장, 커피식탁, 서울

2016
쉼, 대인예술시장 한평갤러리, 광주

2015
가치있는 삶, 샐모네키친갤러리, 서울

2017
일리전, 스페이스12, 서울
아트와 2기 수료전, 아트와, 서울

2016
아트쇼핑센터, 서울혁신파크, 서울

2015
청춘을 말하다, 자인제노갤러리, 서울

기독교미술대전 수상전, 밀알미술관, 서울

2014
와원전. 홍익대학교현대미술관, 서울

김 혜 비

“색은 형태 보다 더 직관적이다. 색은 형태를 감지하기도 전에 먼저 우리에게 전달되고 느껴진다.”

나는 이러한 색의 성질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작업에서는 우리의 시각을 강렬하게 자극할 수 있는 색을 선호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자극적이지 않은 색채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하고 있다.

당신과 내가 이 그림에서 만나 새로운 색이 만들어지는 상상을 해 본다.

섬섬 한지에 채색 31.5×31cm 2016

토끼드로잉 종이에 채색 35.5×29cm 2018

섬섬 한지에 채색 31×25.5cm 2016

Artist

김 혜 비 / Kim hye bi

2016 국립안동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졸업, 석사
2011 국립안동대학교 미술학과 동양화전공 졸업, 학사

2018
이와 5회 사랑 展, 미니멀주동물원

2016
이와 4회 달콤한 휴식 展, 진성식당

2013
이와 3회 이야기 展, 커피앤비
이와 2회 展, 카페라이프
이수회 35회 展, 안동문화예술의전당

2011
동연회 13회 展, 안동문화예술의전당

2010
이와 1회 모듬 展, 카페찰스

박 경 묵

 

~2018 무술년에 이르기까지 같은 듯 다른 물결의 파도와 현대인들에게 친숙한 반려견과 야생동물을 통하여 선묘와 스며드는 먹빛으로 遊(유)를 나타내고자 한다. 종이 위에 파도는 인천 무이도 바다에서 예전부터 끈임없이 움직이는 물결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파도다. 이 파도의 부산물은 구)잇다스페이스 자리에서 소금창고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또한, 싸리재 골목에서 떠올린 翎毛畵를 통해 한편으로는 현대인과 같은 동질성과 더불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모색하게 되었다.작가는 동물의 형상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즐길 수 있는 방도와 심적 기반이 되는 것. 생각에 잠겨있는 듯 하면서, 직관적으로 응시하려는 것을 論語를 일부 차용함으로써 긍국적으로 자아를 되새겨보게도 하려한다.
이는 자연으로부터 더불어 가야하는 존재하는 소중한 것들로 생명, 지역, 문화 등 다름의 차이를 존중함으로써 공생을 모색한다.

잇다1 종이에 먹 채색 23×30.5cm 2018

잇다 1-3 종이에 먹, 채색 15.5×24.5cm 2018

잇다f 종이에 채색 15×14.8cm 2018

Artist

박 경 묵 / Park kyoung mug

홍익대학교 대학원 동양화학과 졸업
동아대학교 회화과 한국화전공 졸업

2017
白泫 無形象性(갤러리 한옥, 서울)
無量筆墨(그림손 갤러리,서울)

2016
그려진 해석 (가나아트스페이스, 서울)

2011
‘眞無盡’展 (한원 미술관, 서울)

2010
초대전 (하버 갤러리, 부산)

2009
‘調和로움속에 信念을 말하다’(M 갤러리, 서울)

2007
‘자연속의 삶, 그리고 사유’(꿈 갤러리, 서울)

2018
봄을 짖다 짓다 (잇다스페이스, 인천)2018 예술정신교류전(Korea Dailly Art Center, LA)
띠그림전1<개> (이천시립 월전미술관, 이천)

2017
수호아트콘서트(성남아트센터, 성남)
전남 국제 수묵 프레-비엔날레(목포 종합 예술갤러리, 목포)
전통과 안목展 (백악미술관, 서울)
후소회 청년작가 초대전 (조선일보미술관, 서울)
광주화루 10인의 작가전-(국립문화아시아전당, 광주)

2016
영호남 수묵화교류전_운림산방구름나그네(소치기념관,진도/예술의전당, 안동)
바람과 바람의 대화展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이천)

외 50회

2016
ICA 세계기록 서울총회 원화작업
국제 장애인 미술대전 – 우수상

2012
겸재정선 내일의 작가-작가상

2005
삼청미술제 – 우수상

신 재 호

 

작가노트

불안한 놀이라는 작품 테마는 기억에 지배를 받는 불안정한 현대인의 모습에서 착안하였다.

요즘 티브를 보면 묻지마 폭행과 아동학대 등 불안정한 사회적인 이슈들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된다. 오히려 그런 문제들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기에 놀랍지 도 않다.

이러한 불안정한 일상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이며 각자의 정해진 공간이나 환경 속에서의 불안정한 놀이한다, 라는 재미난 발상에서 현대인들이 가지는 고질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을 해본 것이다.

나약한 인간이라는 존재는 내 과거의 지우고 싶은 기억을 감당하며 살아간다.
아동학대의 경우 70% 이상이 부모역시 과거에 학대받은 걸 또다시 자신의 아이에게 폭력을 되물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어쩌면 어릴 때 숨어있던 나쁜 기억이 잠재되어 자신이 당했던 것을 되풀이 한다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반복되어 마치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자행된다, 또는 즐기다 하는 범주에서 “놀다” 라는 테마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매일 되풀이 될지도 모를 이 놀이를 하는 현대인들은 불안함 속에 모습이 아닌가?

작품에서 등장하는 캐릭은 성(性) 범주를 벗어나 독립된 인간상을 말한다. 옛 말 에 나쁜 의미로 표현 할 때 개(犬)와 연관되는 속담이나 언행 들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이런 현대인들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이 테마에 적합한 인간상을 찾다가 우연하게 나약한 치아와를 발견하여 작품에 쓰게 되었다.

불안함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습, 차가운 표정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로 현대인을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오히려 작품에서 나오는 배경은 일상적인 곳에서 그려진다.

우리가 늘 있는 곳에서 친숙한 장소지만 우린 이러한 친숙한 일상에서 각자의 기억속에서의 트라우마 를 가진다, 라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우린 혹은 나는 또 다른 불안한 놀이를 준비하는 중일 지도 모른다.

작품에서 등장하는 불안해하며 무표정의 캐릭터의 모습은 마치 현재 우리모습이 아닐까한다.

현대인의 불안에 대한 역설적 접근

김보라 | 예술학미술비평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Søren Aabye Kierkegaard, 1813-1855)가 강조했듯이 인간은 불안과 더불어 사는 존재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불안은 유한한 존재인 인간의 실존적 근원이다. 본래적인 자신과 만나게 하는 것이 불안의 역할인 것이다. 인류가 생겨난 이래로 불안은 항상 존재해 왔지만, 급속히 변화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 속에서 불안의 정도는 나날이 증폭되어 간다. 불안은 인간의 내밀한 감정이면서 사회생활 속에서 유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우리를 지배하는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불안을 유발시키는 요인은 실로 다양할 것이다. 우선 우리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현재를 살지 못한다. 이를테면 일자리, 주거, 건강, 노후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매체에서 연일 보도되는 ‘묻지마 폭행’이나 아동 학대, 각종 흉악 범죄에 관한 뉴스는 타인에 대한 불신과 함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신재호는 《불안한 놀이》연작으로 이처럼 불안정한 사회 속 현대인의 심리 현상에 주목한다.

이번 개인전에서 신재호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해온 그림 약 25점을 선보인다. 그는 학부와 대학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후 일러스트레이션, 광고, 영화, 드라마 작화, 교육 분야에서 이미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온 30대 후반의 작가다. 필자와 작가의 인연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 오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신재호의 작품은 수묵으로 그린 동물화였다. 학부시절 동물표현 수업 과제로 그린 작품으로, 세계미술대전에 출품해 대상을 받은 그림이기도 했다. 소(牛)과에 속하는 ‘누’라는 동물을 묘사한 수묵화였는데 학생답지 않은 완숙한 실력으로 먹의 느낌을 제대로 살린 그림이었다. 그 작품에 대한 강렬한 기억을 갖고 실로 오랜만에 작가를 만나 이번 전시에 출품될 그림들을 보았다. 우선 첫눈에 10여 년 전 그림과 최근작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공교롭게도 동물을 그린다는 점은 일치했지만, 채색 작업으로 변화했고 전통 수묵기법에서 벗어나 다양한 매체를 모색하고 있었으며 사생(寫生)을 넘어서 기호와 상징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이 전시에서 우리는 크게 두 가지 경향의 작품을 만난다. 제작 시기와 매체를 기준으로 나눠보자면 2009년부터 한동안 이어진 작업은 장지에 여러 차례 색을 올린 후 먹으로 드로잉한 것이고, 2016년 최근작은 제과제빵용 도구인 ‘짤주머니’를 활용하여 아크릴 물감으로 그린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 중간 과정에 해당하는 몇몇 작품이 존재한다. 물론 이 작업들은 모두 《불안한 놀이》라는 같은 주제로 묶이는 연작이며 동일한 동물 캐릭터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조형적 측면에서 볼 때, 이전 작업에서는 선(線)적인 요소가 두드러졌다면 최근 작품에는 다종다양한 짤주머니를 통한 점(點) 혹은 선, 마티에르가 도입된다. 또한 이전 작업보다 전체적인 색조가 밝아졌으며 좀 더 장식적인 경향을 보여준다는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독특한 점은 화면의 장식적 특징을 더하는데 사용되는 도구가 쿠키나 케이크를 꾸미는데 쓰이는 용구인 짤주머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작가는 《불안한 놀이》라는, 일견 두 단어의 조합이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이 주제에 천착하고 있을까? 그가 이 연작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작가가 불안이라는 감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개인의 구체적 체험에서 비롯되었다. 몇 해 전 고속도로에서 대형 사고를 목격하면서 받은 정신적 충격으로 한동안 운전대를 잡기 힘들 정도였고, 생각 이전에 신체가 먼저 반응하는 강렬한 불안 상태를 경험했던 것이다. 이후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불안이라는 감정을 주제로 작업을 시작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은 신재호의 그림이 작가 개인의 내면 표현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인의 보편 심리인 불안의 여러 층위를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사회적 고립, 경쟁, 폭력과 억압에 대한 불안으로부터 자극적인 상황을 추구하면서 아슬아슬한 불안 자체를 즐기는 현대인의 모습까지 불안과 연관된 인간 심리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포괄한다. 신재호의 그림에서 불안의 양상은 이처럼 다양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이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이다. 가장 크게는 작가가 인간의 심리를 다루면서도 동물 캐릭터를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신재호는 인물 대신 개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를 일러스트레이션적 요소를 부각시킨 이미지로 제시한다.

신재호가 만들어낸 동물 캐릭터는 흔히 ‘세계에서 가장 작은 개’라고 얘기되는 치와와를 변형하여 의인화한 것이다. 커다란 눈망울과 빈약한 체구를 지닌 치와와는 다름 아닌 나약한 인간의 표상이다. 예를 들어 <빨래하기 좋은 날>(2016)이라는 작품을 보면, 까마귀가 날고 있는 화장실 공간에서 치와와는 수건걸이에 걸린 조그마한 옷걸이의 집게에 매달려 있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치와와가 얼마나 가벼운지는 다른 쪽 집게에 집혀 있는 고무장갑 한 짝과 평형을 이루고 있는 상태를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치와와는 자주 화장실 안에 그려지는데, 이는 어느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공간을 의미한다. 그 밖에도 치와와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도시 뒷골목과 같은 일상 공간 안에 서 있으며, 때로는 비행기에서 추락하거나 낙하산을 타고 하강하는 아슬아슬한 장면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대개 치와와가 입은 상의에는 작가 자신의 캐릭터로 보이는 얼굴이 그려져 있고 작가의 별명인 ‘Jebs’가 쓰여 있다. 그런가하면 하의는 속옷차림이다. 게다가 거의 속옷 차림인 모습에 어울리지 않게 종종 넥타이를 매거나 서류가방을 들고 있는데 이와 같은 어색한 결합은 치와와가 아이도, 성인도 아닌 어중간한 과정에 있음을 암시한다. 이러한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과연 어른은 완전히 성숙한 존재인지 묻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치와와 캐릭터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무표정한 인상과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의 이어폰은 음원이 될법한 무언가에 연결된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콘센트나 배수구와 연결되어 있다. 어쩌면 그것은 이어폰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귀마개에 가깝다. 치와와가 여럿 그려진 작품 몇 점에서도 각자는 서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치와와 캐릭터는 소통불능 상태에 놓여있는 단절된 개체인 것이다. 일찍이 20세기 초에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 1858-1918)은 대도시인들의 정신적 생활 조건이 ‘상호 무관심’과 ‘속내 감추기’라고 논한 바 있는데, 치와와가 보여주는 무표정함은 바로 짐멜이 적시한 그 지점을 보여준다. 나아가 화면의 여백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숫자들은 모든 것이 수량적인 문제로 환원되고 객관적으로 평가 가능한 것에만 가치를 두는 현대 사회를 의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역시 짐멜이 지적했던 대도시의 화폐 경제적 현실인 것이다. 한편, 연작이 계속 이어지면서 점차로 그 숫자가 커지므로 시간성을 반영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또한 경쟁사회와 인간관계에 대한 작가의 입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구성을 보여주는 <독점>(2012)에서는 ‘ON AIR’라고 쓰여 있는 공간에 아홉 마리의 치와와가 그려져 있다. 그들은 여느 때처럼 이어폰을 끼고 있으며 손들이 모두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여기에서 묘사된 것은 가운데 서 있는 치와와가 긴 젓가락을 독차지하고 있으며 콩으로 보이는 것을 막 집어든 순간이다. 한때 방송에 출연했던 신재호 자신의 경험이 엿보이는 이 그림은 끝없는 경쟁에 내몰리면서도 평등한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는 우울한 현실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가하면 <그것을 들은 이상 너도 나랑 함께 가야해>(2009)에서는 지하철로 보이는 공간에 치와와 네 마리가 등장하고, 맨 왼쪽 치와와만 넥타이를 매고 있다. 그의 손에는 바로 옆에 선 치와와를 향해 겨누는 권총이 들려있다. 자신만의 비밀을 털어놓고 난 후 행여 그것이 언젠가 자기 약점이 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면서 일방적으로 관계를 강요하는 암묵적인 폭력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불안이라는 개념과 결합된 ‘놀이’라는 단어 역시 신재호가 현실을 바라보는 관점을 반영한다. 이와 관련하여 특히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작품은 <갇혀있는 자>(2010)라는 그림이다. 화면 속 치와와는 전시장을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통나무에 칼을 끼워 넣는 해적 룰렛 게임과 유사한 상황에 놓여있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긴장감 속의 치와와는 분명 예술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신재호 자신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순간순간이 선택의 연속인 삶 자체도 하나의 게임 혹은 아슬아슬한 놀이라고 본다. 체스에 사용되는 말이 그림 속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또한 마치 ‘놀이’처럼 폭력을 행사하는 청소년들에 관한 뉴스를 거론하면서 불안이라는 감정 자체를 즐기는 이들도 이 사회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더 나아가서는 매일같이 세계 곳곳의 재난과 사고 소식을 접하면서도 놀라움과 충격을 느끼는 건 아주 잠시뿐, 대부분의 사람들이 흘러가는 일상에 묻혀 쉽게 망각하거나 무감각해지기 일쑤인 상황, 이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되는 현상 역시 ‘놀이’라는 단어와 연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불안한 놀이》 연작 속 치와와는 이렇게 작가의 분신이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 된다.

키르케고르는 불안의 모호성에 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불안은 하나의 공감적인 반감(反感)이고 그리고 하나의 반감적인 공감이다.……이 사실은 사람들의 일상적인 말투로도 완전히 확인된다. 즉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말들을 하고 있다-달콤한 불안, 불안스러운 달콤한 감정……야릇한 불안, 수줍은 불안…….”(쇠얀 키르케고르 지음, 임춘갑 옮김,『불안의 개념』, 다산글방, 2007, 80-81쪽). 키르케고르에 따르면, 불안은 스스로 겪어내야 하는 경험이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불안이라는 모호한 상황 속에서 자기를 발견하고 자신을 의식한다. 불안의 모호성은 불안과 관계한 모든 현상에 공통된 것이다. 불안 속에서 우리는 자신과 모호하게 관계 맺는다. 다시 말해 불안의 대상으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동시에 그것에 이끌린다. 불안이라는 감정을 품는 것은 우리 자신이지만 때때로 우리는 불안으로부터 지배당하기도 한다(아르네 그뤤 지음, 하선규 옮김,『불안과 함께 살아가기』, 도서출판 b, 2016, 101-102쪽 참조). 이와 같은 불안의 모호성에 대한 통찰과 불완전한 인간 군상에 대한 예리한 시각이 신재호의 작품 전체에 녹아있다. 현대인에게서 가장 두드러진 심리현상을 불안이라고 진단하는 그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오히려 가볍게, 또 재기 넘치게 펼쳐내고 있다. 그의 작업은 불안이라는 어찌 보면 어두운 마음 상태를 밝고 장식적인 화면에 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 《불안한 놀이》는 작가가 오랫동안 동시대적 회화를 고민하며 실험한 다채로운 결과물을 보여준다. 앞으로 이어질 신재호의 ‘진지한 유희’를 기대하면서 그의 작가적 행보에 진심어린 응원을 보낸다.

불안한놀이 (꽃피고 봄이오면) 53×45.5cm 장지에 아크릴 2016

불안한놀이 (super hero) 53×45.5cm 장지에 아크릴 2016

불안한놀이 (Big Match)
32×55.5cm 장지에 아크릴 2016

숨은 그림찾기 32×55.5cm 장지에 아크릴 2016

Artist

신 재 호 / Shin jae ho

2014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전공 졸업

2016
불안한놀이/ 초대전(윤디자인갤러리, 서울)

2017
상상번지점프전(4LOG, 서울)

2015
팝팝팝전(동신대학교 문화박물관, 나주)

2011
入古出新의 모색 ”10인의 시각에 관하여展”(갤러리 엠, 서울)

2010
아시아 청년작가 미술축제, 아시아프(성신여대, 서울)
몸 다시읽기展(에이원갤러리, 서울)

2009
아시아 청년작가 미술축제, 아시아프(옛기무사건물, 서울)

2008
아트샐러드展(관훈갤러리, 서울)
젊은미술작가그룹 HUE, 그림일기展(COEX아쿠아갤러리, 서울)
한,미,일 현대미술작가전(LA갤러리, 워싱턴)
와원展(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차이와 공존 “Difference and Coexistence展”(갤러리 꽃, 서울)

2007
필묵전 SAME BOAT(경향갤러리, 서울)

2005
놀이 기획전 (일곡갤러리, 광주)
‘문화야 놀자展,문화관광부선정(고흥문화예술회관, 서울)

2004
역지사지 기획전(일곡갤러리, 광주)
아트버스제작-마이너리티(광주비엔날레현장3,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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