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의 문장

김수진 개인전

KIM SU JIN

Solo Exhibition

2017. 7. 11 (tue) — 7. 17 (mon)

10:30 a.m. — 06:30 p.m. (평일)
01:00 p.m. — 06:30 p.m. (토일)

CYART SPACE

서울특별시 종로구 안국동 63-1

 

돌의 문장

김수진

 

돌에는/ 세필 가랑비/ 바람의 획/ 육필의 눈보라/ 세월 친 청이끼 /

덧씌울 문장 없다 / 돌엔 / 부드러운 것들이 이미 써 놓은 / 탄탄한 문장 가득하니

-함민복, 돌에

 

바위의 모습을 보며 나의 문장을 읽어본다. 반성과 망각에 의존하거나 무너져 작은 소리에 큰 그림자를 만들고 가랑비의 무게에도 스며들지 못해 문장으로 읽어 나가기 더디다.
미리 만들어 굳어진 무른 결기 때문인가?
알아채려 하지 않으려는 단단한 나약함 때문인가?

봉우리를 향해 가려하나 발이 땅에 붙어 있지 않고 손은 무엇도 움켜지지 못한다.
돌가루의 재료는 다짐의 결기와 닮았다. 여러 번 쌓아 올려 지면서 밑 색과의 단절을 이룬다. 겹쳐져서 소통하는 게 아니라 단절 시키면서 통섭한다. 화선지보다 천이 이 단절을 잘 받아주는데 아교를 바르기 전에 천은 다 흘려버리지만 앞뒤로 바르면서 구멍을 막아 바탕이 바탕으로의 준비를 끝낸다. 뒤에서 채색하고 앞에서 그리는 방식은 다시 재료끼리 소통한다.

나의 문장은 겨우 봉우리만 걸어 두어 어떤 욕망을 상상하거나 둔한 살 같은 바위로 남는데 오히려 수직의 경계를 지우면서 나아간다. 스며들고 흘려버리지 않고 지우고 쌓아올리고 가는 선의 반복은 나약함의 다짐인가? 결기의 해제인가?

돌을, 자연을 바라본다는 것에 대하여

김수진 작가의 이번 전시를 보면 그의 작업 방향이 어떤 물질적 대상을 형상화하고 이를 표현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작업의 범주 안에 있지 않았었다는 것을 다시금 발견하도록 만든다. 왜냐하면 시각적 차원에서 볼 때 그가 물질적 대상을 그림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특히 작가가 작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것은 표현해낸 대상 그 자체라기 보다는 그림으로 표현한 자신의 작업과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거나 그것을 작가적 시각에서 다시 읽어내기를 하는 것과 같은 작업 행위에서의 상호작용과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있어서 작업은 하나의 회화작품으로서 그림을 완성함으로 작업이 완료되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대해 그림을 그려내고 난 후, 그 그림을 다시 읽어내고 고찰하는 가운데 이를 통해 사유하거나 그림 그리기의 연쇄를 이어가는 끊임이 없는 작업과정 전체라고 말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은 작가가 제시한 ‘돌의 문장’이라는 전시 주제에 잘 드러나고 있다. 이는 그의 작업노트에 의하면 함민복 시인의 ‘돌에’ 라는 시에서 보여주는 개념을 인용한 것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시각적 대상을 읽어낼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사유를 발전시키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 혹은 사유를 다시 거리를 두고 관조함으로 계속 이어지게 되는 시각 방식과 작업 태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한 의미에서 김수진 작가와 함민복 시인에 있어서 작가적 공통점은 작업행위가 어떤 대상에 대해 그것을 표현하는 행위를 실행해내는 것이라기 보다는 그들 자신이 대상을 바라보고 그것을 표현하는 행위들이 갖는 함의가 무엇인가를 스스로 확인해 보고자 한다는 점이며, 그러한 태도를 지속적으로 견지하는 시선과 사유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인용된 시에서 그리고 김수진 작가의 작업에서 돌로 대표되는 자연이라는 대상은 인간이 넘어 설 수 없는 세계였을 것이다. 자연이라는 것은 자연 그 자체보다 더 깊이 묘사해내거나 더 잘 표현해 낼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거대한 대상 앞에서 이렇게 자연에 다가서고 그것을 그려내며 다시 그 작업해낸 결과물들을 되돌아 보는 행위를 반복하는 것은 그 넘어설 수 없는 자연을 거대한 거울로, 하나의 기준으로 하여 자신을 바라보기 위한 방편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한 맥락에서 김수진 작가의 작업을 다시 보게 되면 작가에게 있어서 돌과 자연의 형상을 그려가는 끊임없는 작업이라는 것이 그 거대한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때묻은 것을 씻어내고 본래의 자기 모습 혹은 변화될 자기 모습을 발견해내며 찾아가고자 하는 과정이 되었던 것처럼 보인다. 다시 말해 그의 작업에는 마치 종교적 수행 과정처럼 자연과 삶이 호흡하고 동화되며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삶의 궤적이 되어 축적되어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작가에게 있어 돌에는, 자연에는 마치 하나의 문장 같은 어떤 글귀가 담겨 있는 것처럼 명료하고 강력하게 비춰주는 힘이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에, 이처럼 돌에 그리고 자연에 심취하여 그 세계 안에 머물고자 하였던 것으로 본다. 그것을 그려내는 가운데 자신의 행위를, 자신의 삶을 관조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작업들을 자세히 보면, 때로는 거친 바위처럼, 때로는 부드러운 살결처럼 감각적인 터치가 쌓여있는 화면은 이같은 작가의 삶이 감각적으로 새겨져 있다. 돌과 자연과 겹쳐지면서 동화되기도 하고 이질감을 노출시키기도 하면서 사유의 흔적들을 되새김질한 흔적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그 흔적들이 돌에 새겨진 자연을 바라본 작가의 시선이자 사유의 흔적들임에도 그것은 결국 자연을 닮아 있다는 점이다. 이는 그의 작업을 보는 이들에게는 그의 작업이 다시 자연이라는 거대한 거울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작가는 돌과 자연이라는 사물을 보고 그것을 그려내면서도 그 대상 자체에 몰입하기 보다는 그 대상과 관계하는 자신과 자신의 시선방식을 제3의 위치에서 거울을 바라보듯 관조하며 그 의미들에 대해 작업하였다. 그와 같은 방식은 김수진 작가의 작업을 보는 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김수진 작가는 돌을 그리고 자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그 대상 자체가 아니라 돌을, 자연을, 이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어떻게 사유할 것인가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업에는 사물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시선이 그려져 있다는 말이다.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돌의 문장2, 28×34cm, 비단에 석채, 2017

 

 

돌의 문장3, 34×44cm, 비단에 석채, 2017

 

 

돌의 문장26, 50×50cm, 비단에 석채, 2017

 

 

돌의 문장11, 18×27cm, 비단에 석채, 2017

 

 

돌의 문장14, 101×52cm, 비단에 채색, 2017

 

 

돌의 문장15, 68×105cm, 비단에 채색, 2017

 

 

돌의 문장16, 55×40cm, 비단에 채색, 2017

 

 

돌의 문장17, 70×49cm, 비단에 채색, 2017

 

 

돌의 문장18, 23×77cm, 비단에 채색, 2017

 

 

돌의 문장25, 69×105cm, 비단에 채색, 2017

 

 

돌의 문장24, 69×105cm, 비단에 석채, 2017

Profile

김수진 / 金 修 珍 / KIM SU JIN

2017
돌의 문장 (사이아트 스페이스)

2016
누구나 봄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갤러리 한옥)

2014
돌의 몸, 필획의 맛 (사이아트 스페이스)

2010
불가능한 풍경 (사이아트 스페이스)

2009
인사동 가는 길 (공화랑)

2007
운주사 가는 길 (가나아트 스페이스)

2002
자연읽기 (인사갤러리)

1999
김수진 개인전 (공평아트센타)


2015

태생적 청록산수 예찬 (갤러리 한옥, 서울)

2014
한국, 대만 미술 교류전 (대만 의난현 정부 문화국, 대만)

2012
동덕여자대학교 예지관 개관기념전 (동덕여자대학교 예지관, 서울)

2011
한국화 옛뜰에 서다 (예술의 전당, 서울)

2010
미술 속 삶의 풍경 (포항시립미술관, 포항)

2008
그림의대면 (소마미술관, 서울)

2007
북촌을 찾아서 (북촌미술관, 서울)

국제아트 엑스포 (Matrade Exhibition/Convention Center, Kuala Lumpur)
백제의 향기 부여의 꿈(정림사지박물관,부여/ 북촌미술관,서울)

2005
가고픈 경기비경 (경기도 박물관,용인 / 제비울 미술관, 과천)

2004
자연,수묵,그리고… (영은 미술관, 광주, 서울)
오늘의 필묵 그 기운의 환기전(공평아트센타, 서울)
미완의 자화상(공평아트센타, 서울)
낙산에 오르다(조형갤러리,서울)

2003
동양화 새천년(공평아트센터, 하나아트갤러리, 서울)

2002
‘NEW FACE’ 전-Art지 선정( 토탈미술관, 장흥)
색과 묵의 흐름전(세종 갤러리, 서울)

 

대한민국 서예대전 특선 입선 (2008, 2006)
신사임당 서예대전 특선 (2008)
경향미술대전 전각 특선 (2006)
동아미술대전 전각 입선 (2005, 2002)
중앙미술대전 입선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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